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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를 둔다> 2

by 울13 2024.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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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이 생각하는 힘을 준다

세상은 모순투성이이다. 그리고 이 모순은 인간에게 생각하는 힘을 준다. 모순 없이 만사가 계산대로 척척 진행되었다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처치 곤란한 장애물이 되었으리라고 확신한다. 생각이라는 게 필요 없을 만큼 세상이 공리적이고, 그래서 신앙과 철학이 무의미하며 정의가 완수되어 불만이 사라진 세계는 행복할 리 없다.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인간답게 숭고해질 수 있는 까닭은 세상이 매우 불완전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정의는 행해지지 않고 약육강식이 난무하며, 사람들은 권력과 금전에 수시로 유혹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들에 저항하고자 보다 인간적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생은 좋았고, 때로 나빴을 뿐이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지내온 인생에서 운이 좋았던 순간과 운이 없었던 날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음에 동감하게 되었다. 어차피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과 싸워온 세월들이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해서 부와 권력과 행복이 뒤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게으르고 머리가 나쁘다고 해서 밑바닥에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 소소한 발견의 재미를 알아나가는 것도 지혜라고 해야겠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인생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인생은 좋았고, 때론 나빴을 뿐이다.

오해받지 않은 인류는 없다

슬프게도 이 세상에서 우리는 제대로 이해받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나에 대한 오해와 억측이 당연하다고 미리 마음먹는 것이 중요하다. 쉽지 않는 마음가짐이며, 때론 싸움도 불사해야 한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산다는 것은 따뜻하게 이해받음과 더불어 함부로 무시되고 오해받는 고통이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임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만약 이런 고통이 없다면 우리는 지금의 내 모습보다 훨씬 유치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더 빨리 늙게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슬픔이 찾아왔을 때 나만 이런 일을 당하고 있어 억울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온 세상을 막론하고 지금 내가 참고 있는 이 슬픔을 맛보지 않은 인류는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해내기 바란다.

타인의 말 한마디에 불행해져서는 안 돼

우리는 외부 의견에 따르게 될 때가 많다. 대답이란 사고방식에서 나온다. 나와 세상의 대답이 다른 이유는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지 정답이 틀려서가 아니다. 그러므로 외부 의견에 일일이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

 

타인의 역할

우리의 일생에서 타인의 역할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나는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힘으로 우리는 여기까지 당도할 수 없었다. 거부당하고 미움받고 괴롭힘을 당하고, 때로는 사랑받고 구원받으며 칭찬받았기 때문에 현재의 내가 있다. 그들 속에서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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