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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카와 류노스케 단편선, <흙 한 덩이>

by 울13 2024.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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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는 그저 망연히 며느리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녀의 마음에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져 왔다. 그것은 아무리 몸부림을 쳐 봤자, 눈을 감기 전에 도저히 편해질 수 없으리라는 사실이었다.

"저기, 할머니. 우리 엄마가 엄청 훌륭한 사람이야?"

"왜?"

스미는 칼을 내려놓고 손자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아니, 선생님이 도덕 시간에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 히로지네 어머니는 이 근처에 둘도 없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스미는 우선 당황스러웠다. 잠시 당황했던 스미는 발작적인 분노에 사로잡혀 사람이 변한 듯이 다미를 향해 욕지거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암, 거짓말이지. 새빨간 거짓말이야. 네 어미라는 사람은 말이다. 밖에서는 엄청 일을 하니까 남들 앞에서는 훌륭해 보이지만 속은 고약한 사람이야. 할머니만 이렇게 부려 먹고, 성질은 또 어찌나 억척스럽고 사나운지......."

스미는 이런저런 이유로 언제까지나 좀체 잠들지 못했다. 다미의 죽음은 분명 그녀의 신상에 큰 행복을 불러왔다. 그녀는 이제 일을 안 해도 되었다. 잔소리를 들을 걱정도 없었다.

스미는 지금까지 평생 동안 이렇게 마음이 편해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마음이 편해......? 기억은 명확하게 구 년 전 어느 날 밤을 불러냈다. 그날 밤도 마음이 놓였다는 사실만 보면, 오늘 밤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그것은 피를 나눈 아들의 장례가 끝난 날 밤이었다. 오늘 밤은? 오늘 밤 역시 손자 하나를 낳은 며느리의 장례식을 막 끝낸 참이었다.

스미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떴다. 손자는 그녀의 바로 옆에 천진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스미는 그 잠든 얼굴을 보고 있는 동안 점점 이런 자신을 한심한 인간이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동시에 또한 그녀와 악연을 맺은 아들 니타로라든가 며느리 다미 역시 한심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변화는 금세 구 년간의 증오와 분노를 밀어냈다. 아니, 그녀를 위로하고 있던 장래의 행복조차 밀어내 버렸다. 그들 세 명의 모자는 하나같이 한심한 인간들이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오직 하나 살아서 창피를 당한 그녀 자신이 가장 한심한 인간이었다. "아가, 너는 왜 죽었니......?" 스미는 무심결에 입속말로 이렇게 신불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아쿠타가와의 생모인 후쿠는 그가 태어난 후 7개월이 되었을 때 발광했으며 그녀는 그가 11살일 때 사망했다. 어머니가 미쳐가며 죽은 모습은 아쿠타가와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안겨주었고, 광기의 유전으로 인해 자신도 언제 어머니처럼 미쳐서 죽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평생동안 사로잡히게 만들었고 결국 그가 자살한 계기가 되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친가 쪽 새엄마는 이모가 되었고, 외가에 맡겨져 외삼촌이 양아버지가 외숙모가 어머니가 되는 기묘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난다.

후에 요시다 야요이를 만나 그녀를 절실하게 사랑했고, 곧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하고 허락을 받으러 가게 되는데, 아쿠타가와의 양부모(외삼촌과 외숙모)가 극심한 반대를 하며 그녀가 집에 방문하는 것 조차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양어머니이자 외숙모가 유별나게 반대했다고. 이 사건은 아쿠타가와에게 있어 아주 충격적인 사건이었는데, 그 누구보다 사랑했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가족, 특히 양어머니가 자신의 행복을 본인의 이기심에 누구보다도 강하게 반대하는 모습을 보고, 인간의 이기주의에 대해 처절하게 체험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다름아닌 친가인 니하라 가와 아쿠타가와 가의 불화, 정확히는 아쿠타가와의 친부 때문이었는데, 친부가 자신의 처제(아쿠타가와에게는 이모)인 후유와 눈이 맞아 불륜관계를 맺은 게 원인이 되어 친가와 외가의 사이가 심하게 틀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요시다 야요이의 집안이 하필이면 니하라 가와 친한 사이였던 탓에, 양부모가 요시다 가 자체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게 되면서 두 사람의 사이를 극력 반대했다고 전한다.

어릴 때부터 허약하고 신경질적이었다고 한다. 본래 늑막염, 위장병 등으로 병약했던 체질과, 어머니의 발광에 따른 신경쇠약의 악화로 인해 요양생활을 하게 된다. 거기에 집안사정, 만년에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대두 등 시대의 동향에 적응하지 못하여 회의와 초조, 불안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이 시점에 동료 문인이자 정신과 의사였던 사이토 모키치에게 진료를 받고 조언을 듣기도 했다. 사이토 모키치는 아쿠타가와의 신경쇠약과 불면증을 걱정하며 수면제인 바르비탈을 처방해줬는데, 후에 수면제 다량복용으로 음독자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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