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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를 둔다> 2 모순이 생각하는 힘을 준다 세상은 모순투성이이다. 그리고 이 모순은 인간에게 생각하는 힘을 준다. 모순 없이 만사가 계산대로 척척 진행되었다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처치 곤란한 장애물이 되었으리라고 확신한다. 생각이라는 게 필요 없을 만큼 세상이 공리적이고, 그래서 신앙과 철학이 무의미하며 정의가 완수되어 불만이 사라진 세계는 행복할 리 없다.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인간답게 숭고해질 수 있는 까닭은 세상이 매우 불완전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정의는 행해지지 않고 약육강식이 난무하며, 사람들은 권력과 금전에 수시로 유혹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들에 저항하고자 보다 인간적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인생은 좋았고, 때로 나빴을 뿐이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지내온 인생에서 운이 좋았던 순간과 운이 없었던 날의.. 2024. 2. 10.
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를 둔다> 1 인내의 진실 동화 속 '요술봉' 하나만 있으면 원하는 모든 것이 내 손에 들어올 텐데, 그 마법의 봉을 구할 데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 요술봉을 대신할 수 있는, 그나마 유사한 무엇인가를 찾는다면 딱 하나 있다. 바로 인내다. 인내는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손에 넣을 수 있다. 인내라는 말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인간은 희망하는 것을 원하는 그 순간에 갖지는 못한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몸이 아파서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내 몸은 건강한데 가족 중 누가 많이 아파서 열 일을 제쳐두고 간병에 나서야 할 때도 있다. 상황이 이렇더라도 인내하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나름의 성공을 거둔다. 돈은 행복의 전부가 아니다. 돈이 많다고 해서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건 아.. 2024. 2. 10.
김애란, <바깥은 여름> p.20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 ​ p.173 강의를 마치고 돌아올 때 종종 버스 창문에 얼비친 내 얼굴을 바라봤다. 그럴 땐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 나왔다. ​ p. 194 문득 재이가 어린이집 앞에서 장화를 벗다 한숨 쉰 일이 기억난다. "쪼그만 게 웬 한숨이냐" 나무랐더니 "어린이는 원래 힘든 거에요"라 대꾸한 게. '어린이'가 무슨 직업인 양, 막일인 양 .. 2024. 2. 10.
이케가야 유지, <알쏭 달쏭 상담소> p.181~182 ​ 저는 시간이란 '환상'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사람의 뇌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어서, 시계를 만들거나 과학공식에 시간의 의미나 내용을 넣기도 해요. 하지만 이 세상에 정말로 시간이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는 아무도 증명하지 못했어요. ​ 시간은 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는 바깥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구나...."하고 시간이 흘렀다고 느낍니다. 이는 "바깥은 조금 전까지 밝았다."는 기억과 어두워진 현재 상황을 서로 비교하며 생각한 것이에요. 즉, 지난 기억이 없으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죠. 그렇다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어요. '사람의 기억이 먼저 시간을 만들었고, 나중에 생활에 편리한 도구로 시계나 달력을 만든 게 아닐까.. 2024.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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